[한경에세이] 사장님 혼자 가셔야겠습니다

입력 2024-03-14 18:13   수정 2024-03-15 00:39

한국조폐공사는 화폐 수요 감소에 대응해 정보통신기술(ICT)기업과 문화기업으로의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해외에서 발행하는 예술형 주화(액면금액이 표시된 법정 주화로 국가 상징물을 소재로 금·은 등 귀금속으로 발행)를 우리도 도입하면 부가가치 창출과 국가 위상 제고가 가능할 것으로 확신하고, 전문가 세미나 개최와 연구용역 등의 준비를 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세계화폐박람회(WMF) 참석과 스페인 오스트리아 등 주요 해외 발행국과의 협력 차 지난 2월 1일 출장길에 올랐다. 출국 직전 수행직원은 독일 공항이 파업 중이고 현지 국내선은 운항하지 않는다고 황급히 보고했다. 목적지인 베를린은 직항편이 없어 프랑크푸르트를 경유해야 했는데, 모든 항공편이 취소된 상황이었다. 영국 런던을 거치는 비행 편에 자리가 있어 안심하는 순간, 수행직원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사장님, 혼자 가셔야겠습니다” 하는 것이 아닌가. 동행하는 직원들은 런던을 경유하는 티켓을 확보했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같은 비행기의 내 좌석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각자 따로 출국해 베를린에서 만나는 방법뿐이었다. 당황한 직원들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안심시킨 뒤 부담 주지 않으려고 곧바로 혼자서 출국장으로 들어가 버렸다. 홀로 암스테르담을 경유했고, 직원들과 출장지에서 무사히 만났다. 이들의 마음이 얼마나 조마조마했을까. 안도의 한숨 소리가 들렸다.

높은 직책은 결정 권한이 많아진다는 의미이지 대접받는 자리가 아니라는 말이 있다. 비즈니스를 하는 공기업 사장은 실리적으로 움직여야 하고, 직원들이 편하게 일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출장 중에도 공식 일정만 직원과 함께했고 출장 보고서도 다 같이 모여 한번에 작성하도록 했다. 조폐공사가 ICT기업, 문화기업으로 변혁하기 위해서는 수평적 조직문화가 정착해야 하고, 빠르게 일하고 유연하게 대처하려면 사장인 나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해외에서는 실리를 추구하는 최고경영자(CEO)가 대세인데 한국은 의전문화가 변화를 늦추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 나는 보고하는 방식도 조직 전반에 유연성과 효율성을 주는 방식으로 바꿔나가고 있다. 단계를 밟는 보고보다는 때론 자료 없이 구두나 문자로 하는 것이 빠르고 효과적이다. 직원들은 이런 행보를 ‘탈권위’ ‘혁신’이라고 표현하지만 나는 ‘실용성’의 원칙이라고 말하고 싶다. 프로세스를 간소화하면 인적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고, 의사 결정이 빨라질 수 있다. 지속해서 실용성을 확대하면 우리가 그동안 보지 못하던 공기업의 사업전환 성공과 경쟁력 강화를 이루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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